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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백 말로만 하는 전쟁신, 이젠 안쓰럽기까지 해

구름위 란다해피 2011.10.25 12:17

'계백'은 역대 최악의 졸작 사극드라마로 끝날 가능성이 매우 커 보입니다. 애초에 너무 원대한 포부를 가지고 기획했던 드라마였기에 그 한계를 넘어서지 못하고 스스로 자멸해 버린 드라마가 돼버렸기 때문이지요. 마치 예전에 지성이 출연했다 망해버린 '김수로'를 그대로 보는 듯한데요. 드라마 '계백'은 MBC가 왜 전쟁신이 들어가는 사극을 만들면 왜 안되는지를 여실히 보여준 또 하나의 케이스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드라마 '계백'은 언제나 주인공은 계백의 이야기가 아니라 늘상 주변인물로 수시로 그 제목이 바뀌어왔다고 할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무진이였고 그다음은 사택비 그리고 의자왕에 이어 은고까지 사실 계백은 이들의 변두리에 맴돌 뿐 한 게 별로 없이 비치고 있지요. 하나의 인물에게 초점을 못 맞추다 보니 내용은 산만해지고 그래서 다시 그 캐릭터를 살리고자 하니 악역이 필요한데 사택비와 같은 인물이 없으니 난관에 빠지고 만 것이지요.

이러다 보니 기획 의도와 다르게 의자왕을 어리석고 질투심에 눈이 먼 폭군으로 만들어 대립을 시키는 자충수를 두게 되는데요. 여기에 은고까지 미쳐버린 여자로 만들어 '계백'은 더 이상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고 맙니다. 그런데 조금 우습게도 MBC 드라마 '계백' 홈페이지에 가면 기획의도에 이런 글귀가 들어 오죠.

'장장 680년의 역사를 지닌 백제가 폭군 왕의 과도한 음주가무 때문에 망했다는 망언을 걷고, 백제가 대내외관계 속에서 얼마나 치열한 투쟁과 고통을 겪었는지를 드라마적 재미와 역사적 의미를 통해 보여주려 한다.'

이 말대로라면 사실 이쯤에서 계백은 대박이 나는 드라마가 되어야 하고 드라마 내용도 계백만을 시기하는 어리석은 의자왕이 아니라 계백과 함께 백제의 원대한 꿈을 이루고 했으나 안타깝게 역사 속 전쟁에 패하여 나라가 망하고 마는 그러한 비극적 서사로 그렸어야 옳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계백과 의자왕은 의리로 똘똘 뭉친 친구이자 가장 현명한 군주와 충신으로 그려졌어야 하지요. 그리고 그 대립적인 관계를 신라와의 대결에 내용을 쏟아 부었더라면 적어도 '계백'의 스토리가 이렇게까지 망가지지는 않았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오로지 궁중 암투극에 매달리고 어제와 같이 가장 큰 전투에 속하는 대야성 전투를 그저 말로만 끝나버린 어처구니 없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테니까요.

드라마 '계백'이 망가지기 시작한 점은 사택비가 물러나고 나서부터이지요. 극의 전부를 이끌었던 핵심인물 한 명이 빠져 버리니 모든 캐릭터가 구심점을 잃어 버리고 허둥대는 꼴이 되고 말았으니까요. 그 사이를 은고가 대신하려고 했지만, 역부족이었고 작가가 결국 택한 것은 승자에 의해 쓰여지는 그 역사 그대로 백제는 은고와 폭군 의자왕 때문에 망했다는 정설을 그대로 따라가 버리는 어리석은 짓을 저지르고 말았으니까요.

여기에 '계백'이 '선덕여왕'을 넘지 못했던 이유는 캐릭터에 맞지 않은 캐스팅이라는 점이지요. 그러다 보니 겉도는 듯한 드라마 내용에 어색한 연기까지 더해져 '계백'은 그야말로 돌이킬 수 없는 졸작이 되고 만 것입니다.

이러니 당연히 시청자가 외면하게 되는 것이고 강력한 '계백'을 그리려면 막대한 물량이 쏟아 부어지는 대단한 전투신들이 많이 나왔어야 했으나 투자가 줄어 결국 고민 끝에 생각해 낸 것이 잔머리를 굴려 대양성을 함락하고 죽은 병사의 시체만 찍어 놓은 체 말로 끝내 버리는 어처구니 없는 사태가 발생한 것이지요. 여기에 무조건 신라군의 참수를 명하는 어이없는 폭군 의자왕의 모습이나 그런 왕에게 항명하는 계백이라는 게 말이 되는지 이러한 설정들이 다소 억지스럽기까지 합니다.


어쩌면 드라마 계백은 이제는 더이상 돌아올 수 없는 길을 건너고 말았다고 생각합니다. 아직 8부 정도가 더 남아 있는 상태에서 신라와의 전쟁 신에 투자하며 계백의 영웅 일대기를 그린다면 그나마 나을 것이지만 이마저도 불가능한 일이기에 아마도 또다시 막장 은고와 막장 의자왕의 암투로 물들인 계백으로 끝나고 말겠지요.

어제까지 드라마 몇 회를 어이없게 김춘추 한 명의 농간에 놀아는 백제의 모습을 보면서 정말 이게 백제의 마지막 르네상스라고 불리던 시절을 그린 것이 맞기는 한 것일까? 라는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또한 언제까지 이러한 '계백'의 안쓰러운 전생신과 내용을 지켜봐야 하는지 참 안타깝기지 합니다. 적어도 계백이 새롭게 아내를 맞아들이는 시점에서 변화를 또 한 번 꾀하지 않는다면 드라마 '계백'은 영원히 졸작이 남을 거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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